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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의 추억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보니 아직 내용들이 채워지지 못해 무척 허전해서 오래전 다다사운드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그러니까 1970년 경엔 테스터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싶어 하던 것 중에 352라는 것이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상단의 고압 프로브(MX-815B/U)와 하단의 멀티 미터(ME9H/U)가 한 패키지로 이루어져 TS 352 B/U 라는 모델 번호를 갖는 군용 장비이다. 나는 그때 '사모이'라고 듣고 속으로 일제려니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진공관도 '고뗀(50)', '엑스나나(12AX7)'등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몇 해 뒤 나는 어머니를 졸라서 드디어 그것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때는 지금 아세아 극장이 있는 세운 상가가 불이 난 직후였는데 그것을 파는 사람 얘기가 창고가 불에 타서 이렇게 길거리에 내다 놓고 싸게 파는거라 했다. 나는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열어 보고 사라'는 말을 기억해 내고 열어 볼 것을 요구했다. 많은 나사가 풀리고 본체가 열리는 순간, 무슨 초콜릿 향 비슷한 냄새가 거기서 나고 있었다. 나는 그만 그 냄새에 홀리기라도 한 듯 거금 십만원을 던져 놓고 그 골목을 총총히 빠져 나왔었다. 그 후 그 352는 입영 통지서를 받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말았다. 지난 주에 그만 부주의로 사용하고 있던 디지탈 테스터 두개를 고장내서 수리를 맡기고 종종 들르는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그 352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당장 쓸 테스터가 필요하던 차에 저것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352에 대한 반가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보기 드물게 상태가 좋아보여 더욱 욕심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보이니까 주인이 그 많은 볼트들을 풀며 하는 말이 "속을 보세요. 손도 안 댄 거예요." 그 말을 듣자 나는 어느덧 거의 30여년 전의 기억 속을 더듬고 있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인가?' 속을 열어 내 앞에 내미는 그 352에선 해묵은 기억 속의 냄새가 담배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이놈이 오랜 세월 떠돌다 지친 몸으로 옛 주인을 다시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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