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이렇게 쨍한데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강원도로 내달렸습니다.

 몇해전 태풍 루사 , 매미의 영향으로 강원도 계곡이 다 망가졌는데 얼마나 회복이

되었나 궁금하기도 해서 오랜만에 하는 발걸음이라 내심 흥분되더군요.
 

 처음 도착한 곳은 진고개와 전후치를 넘어서 부연동입니다.

그 곳은 회골에서 약 6k 거리인데 지금처럼 길이 잘 정리되기 전엔

1시간씩이나 걸려 진땀 빼며 가던 곳인데 지금은 한 십오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네요.

 그곳은 펜션이며 민박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옛적 감흥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낯선 곳 이었습니다.  계곡을 찾아 상류로 거슬러 오르며 몇차례 낚싯대를 휘둘러 보았으나

깊었던 소들은 상류에서 떠내려온 모래와 자갈들로 다 메꾸어져 그야말로 桑田碧海였습니다.

해서 어성전을 거쳐 법수치, 면옥치, 갈천, 내린천 등을 훑어보고 왔습니다.

.......

 차라리 옛 기억들을 간직한 채 모르고 지낼걸 하는 후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갈천은 인사치레인지 그 속살을 조금 드러내 보여주더군요.  

오랜만에 보는 산천어입니다.  참 맑고 깨끗하지요?

손을 물에 적셔 차갑게 식힌 후 조심스럽게 놓아 주었습니다. 그러자 작은 파문만 남긴 채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아직도 손끝엔 비릿한 팔딱임이 남아있는 듯 합니다.

  때 이른 더위에 모자가 흠뻑 젖었습니다.

모든게 다 변했어도 모자를 말려주던  그 바람은 옛바람이더군요.

2006. 5